프레시안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기사에 대한 반론

관리자 0 5,913 2016.12.29 12:43
작성자 고양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07-06-04 조회수 1615
제 목 프레시안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기사에 대한 반론
"프레시안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기사에 대한 반론


또 다시 한강하고 철책선 제거문제가 제기되었다. 2002년과 2003년, 두 해에 걸쳐 고양, 파주, 김포 등 세 자치단체를 대표하여 고양시가 한강하고 철책선 제거를 위한 용역예산을 세 번이나 세운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예산은 번번이 고양시의회에서 삭감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지막 남은 하구 자연생태계의 보고를 철저한 보존계획 없이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 후 현장(철책선 제거 요구 구간)을 방문한 공무원들과 지역 인사들은 철책선 제거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또한 현재 철책선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구간은, 이미 지난해에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환경부에서 주민설명회까지 마친 곳이다.


그만큼 그곳은 생명이 펄펄 살아있는 곳이다. 구름떼처럼 몰려다니는 각종 게들, 대낮에도 여기저기 고개를 불쑥 불쑥 내밀며 뛰어 다니는 고라니들, 한 폭의 상상화를 방불케 하는 갯벌과 버드나무 군락지, 그리고 강가를 가득 메운 각종 철새들과 천연기념물, 겨울이면 신비하게 떠다니는 하얀 부빙들….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고, 가장 높은 고라니 서식지가 바로 한강하구이다.


<역사 논리로 생명을 파괴하지 말라.>


철책선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철책선이 분단의 상징이자 흉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화해와 평화의 시대에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평화는 사람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그리하여 관념 속에 갇힌 허상의 논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이 진정한 평화의 개념이 아닌가? 적어도 한강하구와 DMZ에 대해서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이 만든 파괴와 폭력의 땅에 울울창창하게 생명이 번성하고 있다면, 파괴의 역사를 겸허히 반성하고 경외로운 생명의 터전 앞에서 차라리 묵상하라. 그것이 평화를 이루는 길이고, 그것이 역사와 화해하는 길이다. 관념적 역사 논리로 또 다른 생명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자연은 효용가치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철책선을 제거하면, 한강하구를 공원 등 여러 형태로 이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조망이 제거되는 순간 야생생태계도 동시에 사라질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을 통제한 철책선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개와 고양이까지 막아주었다. 때문에 한강하구의 철책선 구간은 각종 야생동물의 안전한 산란장이자 서식공간이 되고 있다.


인간의 편의와 효용가치를 위해 철책선을 걷자는 것은, 오히려 미래의 모든 효용가치와 생산성, 환경성 등을 모두 포기한 난개발의 한 유형일 뿐이다. 급성장하는 생태관광과 환경교육의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도 배치되는 행위이다.


물론 굳이 한강하구를 이용하고 싶다면, 분단의 상징이 그렇게도 흉물스럽다면, 조심스럽게 몇 가지 대안적 이용은 검토해 볼 수 있다. 철책선을 조금 낮추고 철새 탐조대를 만들어 부분적으로 시민들의 여가공간으로 이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철책선을 따라 잘 뚫려 있는 군사도로를 일정 시간 동안 시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개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도 생태적 안정성을 철저하게 보존하는 선에서 해야 한다.


<한강하구를 생태공원으로 만든다고?>


현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태공원은 복원의 개념이다. 이미 훼손되고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원하여 생태적 다양성을 되살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천혜의 한강하구 생태계를 침범하고 훼손하면서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강하구는 생명의 보존과 확대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생명의 터전을, 밤섬을 거쳐 서울숲까지 끌어들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호수공원으로까지 철새들을 불러들일 것인가. 이것이 한강하구의 자연자원을 바라보는 핵심 시각이어야 한다.


한강하구는 시시때때로 갯벌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물리적으로 개발을 가하고 직강으로 만든다면, 하구 생태계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한강하구에 대한, 인간의 접근과 개발행위는 오히려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하게 포장된 산책로가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의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는 생명공간이다.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한강하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2005년 1월 7일
고양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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