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자유로 노선, 타당성 재검토 해야 한다"

관리자 0 4,892 2016.12.29 12:38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2005-10-05 조회수 1745
제 목 "제2자유로 노선, 타당성 재검토 해야 한다"
"제2자유로 노선, 타당성 재검토 해야 한다





- 파주 신도시의 부실한 교통정책이 갈등 부추겨 -





이현숙(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제2자유로를 두고 파주시와 고양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고양시를 가로질러 파주신도시로 이어지는 이 도로에 대해 고양 시민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지 1년 6개월. 파주시는 사이버 시위를 조직하며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9월 중순, 건교부는 외국 현지조사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머잖아 서울을 뺨치게 될 대기 오염과 교통 정체를 우려하고 있는 일산신도시 시민들이 6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순순히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또한 제2자유로를 건설해도 자유로와 만나는 지점에서의 병목 현상으로 만성적 교통 정체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이 도로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자체간의 세 대결로 풀어서 될 일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신도시를 구상하면서 기존에 건설된 신도시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반면 교사로 삼기는커녕 구태의연한 발상으로 일관한 건교부, 주택공사에 있다.

12만명의 인구가 거주할 300만평의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주공은 동서남북으로 쭉쭉 뻗는 도로를 건설하면 교통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발상으로 일관했다. 제2자유로도 그렇게 입안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도시의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교통영향평가서의 어느 한 대목도 자동차 수요을 억제할 대안을 모색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교통 체계가 엉성하고 안이한 것도 그런 발상의 결과다.

애초에 발표되었던 경전철을 슬며시 없던 일로 만들고, 이 곳을 지나는 경의선 철도와 일산까지 들어오는 3호선, 9호선 지하철을 파주까지 연장하는 대안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빚어진 일이다. 경의선과 지하철의 운행 간격을 좁히고 그 환승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자동차 수요는 부쩍 감소할 것이다. 사업자의 도로 중심적 발상은 고작 5개의 자전거 보관소만 있는 자전거도로와 명목뿐인 보행자 도로에서도 엿보인다.

잘 짜여진 대중교통 체계를 확립했을 때 자동차 수요를 어느 만큼 흡수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그에 입각해 도로를 계획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부주의나 실수로 볼 일이 아니다. 사업자로서는 철도보다 3배 가량 초기 비용이 저렴한 도로에 구미가 당기게 되어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뿌리에는 ‘사람이 평화롭게 살기위한 도시’라는 철학의 부재가 깔려있다. 기존의 신도시들이 숨막히는 교통정체에 시달리고 날로 악화되는 대기오염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도 그것을 극복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지 않는 공기업에게 더 이상 신도시 건설을 맡길 수 없다는 회의가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뿌리깊은 밀실행정도 문제를 격화시키고 있다. 주공은 이토록 대규모 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주민들이 요구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주민들이 요청하여 열린 교통영향평가 공청회는 사업자의 밀어붙이기식 사업관행의 정수를 보여준다. 공청회 전날까지도 토론자를 결정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한 것은 그 한 자락이다.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에게 끝내 평가서를 공개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요약한 1쪽 짜리 자료만을 주고 토론하라는 상식이하의 독선도 서슴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온 최진석 박사는 ""이런 일은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고 난감함을 토로할 정도였다. 이러한 비민주적 사업방식은 사회적 합의는 커녕 사전에 결함을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결함을 미리 알고 있을 수 있는 반격을 따돌리기 위해 공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억지를 부렸는지도 모른다.

기존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이 도시를 만들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런 관행이야말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이다. 건교부와 주공은 ‘친환경도시’라는 광고 문구로 주민들을 장밋빛 환상에 젖게 하면서 이 문제를 비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파주 신도시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경의선, 지하철 등의 자원을 대중교통체계의 축으로 삼는 방안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바탕으로 제2자유로 노선의 타당성부터 다시 검토해야한다.

왜 우리에게는 세계에 내로라 할만한 도시가 없는가. 파주 신도시의 밑그림을 그런 문제의식에서 다시 그리면서 제2자유로 계획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끼우려고 노력할 때만이 지역갈등을 풀 수 있고 마구잡이 신도시 개발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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