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황산 골프장out 도심숲을 걸어요

 

영주산-산황산 생명의 숲길 걷기

골프장 예정지 옆, 고양정수장
“비산농약에 수돗물 그대로 노출”
100여 명 참가자, 숲길 체험하며
“도심 숲 지켜내자” 한목소리


[고양신문] 덕양구와 일산 사이, 정확히 고양시 한가운데에 소중한 녹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영주산과 산황산이다. 이곳에 골프장 증설이 예정되자 고양시민들은 “정수장 바로 옆에 농약을 뿌려대는 골프장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느냐”며 반발해 왔다.

지난 14일 골프장 예정지와 정수장 인근 녹지를 걸어보는 행사가 영주산과 산황산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민들은 골프장 예정지와 정수장과의 거리가 불과 300m도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정수 처리되는 수돗물이 덮개 없이 그대로 노출된 것을 목격한 후 정수장이 골프장 비산농약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영주산 주민, 고양지역 생협조합원, 녹색당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숲길 걷기는 ‘산황산 골프장 OUT! 생명의 숲길 걸어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걷기 코스는 대곡역에서 시작해 대곡초-묘하나골산-영주산-고양정수장-산황동마을회관-680년느티나무까지였다. 대곡초에서 느티나무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됐다.
 

3076620291_IdBK12M6_45d8cb03e86c7093c19389f10e88f4530f4080c7.JPG3076620291_TyofRQ8w_564899b9744bb5ef7f03e88278187ac4a6e0e84e.gif
대곡초 뒤 '묘하나골산'을 오르는 참가자들. 뒤쪽으로는 덕양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대곡초 뒤 '묘하나골산'과 '영주산'의 매력

학교 뒷산의 우거진 수풀이 전원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대곡초. 이날 첫 번째 행선지는 대곡초 뒷산으로 ‘묘하나골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산이다. 고양시의 허파라 불릴 만큼 소중한 곳이지만 이곳 산들은 야트막해서 오르기 쉬었다. 묘하나골산이 해발 54m, 영주산이 해발 61m라 산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숲체험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

대곡초 뒤 묘하나골산을 오르는 길목엔 나무가 없는 넓은 묘지가 있어 이곳에서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동쪽으로는 북한산이, 중앙에는 덕양구 도심의 아파트 숲이, 남서쪽으로는 인천 계양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고양시 최고의 전망대 중 하나다. 진행을 맡은 영주산마을공동체의 박항재씨는 “해발고도 50m도 안 되는 지점에서 이런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고양 일대는 땅 높이가 해수면과 거의 비슷하고 중간에 산이 없는 평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길을 조금만 걷다보면 묘하나골을 지나 영주산 정상에 다다른다. 어른들은 숨을 돌리느라 벤치에 잠시 앉아보지만 아이들은 운동시설에 매달리고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20분 정도 거리의 산 정상은 아이들에게는 학교 뒷동산 놀이터 정도로 친근한 장소다. 산을 오르는 동안 진한 아까시꽃과 찔래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고, 노랑색의 애기똥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듯 알맞은 높이로 자라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3076620291_hQBSmaVM_75fb2329ca0b93f0a40b5405221b265ec4780d35.JPG3076620291_TyofRQ8w_564899b9744bb5ef7f03e88278187ac4a6e0e84e.gif
영주산자락에 있는 고양정수장.


골프장 예정지와 정수장, 불과 300m

영주산 정상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다시 숲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보면 고양정수장(K-water)을 바로 옆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으로부터 산황동 골프장 증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조정 의장은 “우리가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산황산이 고양시의 중요한 녹지라는 점도 있지만 고양시민들의 식수를 정수하는 시설이 골프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 계양산처럼 골프장 직권취소 사례가 있는데도 고양시는 행정소송을 무서워하며 직권취소에 소극적”이라며 “최성 고양시장은 하루빨리 골프장 증설 직권취소를 결정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3076620291_tQ5ATkjP_c04ad7a507b9c84cd23fdfcee1729974b856064a.JPG3076620291_TyofRQ8w_564899b9744bb5ef7f03e88278187ac4a6e0e84e.gif
영주산마을공동체의 박항재씨가 산황산 골프장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바로 뒤 나무가 보이는 곳이 골프장 증설 예정지다.

이날 모든 참가자들은 고양정수장이 덮개가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골프장의 비산농약이 정수장으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확인한 참가자들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산황산과 영주산 인근은 안개가 잦은 지역이라 골프장에서 뿌려진 비산농약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골프장이 증설되면 분명 이곳 정수장 수돗물에도 농약이 들어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수장 내부를 들여다본 참가자들은 정수장 담장을 돌아 산황산으로 향했다. 산황산으로 향하기 전, 박항재씨의 제안에 따라 고양정수장 정문에서 산황산 골프장 증설예정지까지의 거리를 걸음으로 가늠해봤다. 정수장 정문에서 산황산까지는 약 10분 거리로 아이들은 600걸음, 어른들은 약 300~400걸음이면 갈수 있었다. 지도로 확인해보면 정수장과 산황산의 직선거리는 300m도 안 된다.

 

3076620291_tcBUCJiv_ed837a6839fac2dd22f56843f024cba36fd5fddb.JPG3076620291_TyofRQ8w_564899b9744bb5ef7f03e88278187ac4a6e0e84e.gif
산황산 느티나무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생명의 숲길 걷기'를 마무리했다.

“관계 공무원들 이번 코스 걸어보길”

골프장 예정지 경계는 산황산 마을 주택의 담벼락과 맞닿아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이 증설되면 앞마당으로 골프공이 날아들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산황동 주민이 추석 성묘를 하던 중 골프공에 맞아 팔이 부러지는 사고도 과거에 있었다.

산황동 마을회관을 지나 이날 코스의 종착지인 느티나무 마을에 진입했다. 무학대사가 심었다는 680년 된 노쇠한 느티나무를 보고 참가자들은 “농약을 뿌려대고 지하수를 고갈시킬 골프장이 증설되면 느티나무가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골프장 증설을 허락해준 관계 공무원들이 오늘 우리가 지나온 코스를 직접 걸어만 봐도 골프장 증설이 왜 문제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심 한가운데 골프장 증설을 막는 데 고양시민 모두가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3076620291_Q2lRC1Ii_cd1db6dc787483c623d00ece4c77884ad74aff0a.gif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