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으로 흘러드는 오수를 관찰하고 있는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고양신문] 고양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공간인 행주동, 고양시의 관문이기도 한 이곳이 악취 나는 오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오수가 많이 흘러나오는 곳은 한강 주변이다. 행주대교 인근 한강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서 오수가 방류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흙이나 옹벽 사이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물에는 음식물 찌꺼기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있고, 그 위에는 수백 마리의 녹색 파리들이 몰려있어 징그럽기까지 하다.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악취는 말할 것도 없다.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행주동엔 한강변을 따라 대형 식당들이 즐비한데, 아마 그런 곳에서 하수처리시설을 거치지 않은 오염수를 그대로 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식당 바로 앞 한강은 행주어촌계 어민들이 어업활동을 하는 곳인데 이렇게 오염물질을 강에 배출하면 어업에도 지장이 있고 강 생태계에도 위협이 된다”며 시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하수관로 없는 행주동
이렇게 오수가 강으로 직접 방류되는 이유는 행주동 지역에 공공하수관로가 없기 때문이다. 행주동과 같이 공공하수관로가 없는 지역은 각 건물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처리된 물을 인근 개울이나 우수관으로 그냥 내보내게 된다.
하지만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은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그 오염도는 더 높다. 또한 수질기준을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방류하는 업체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공하수관로가 없는 지역은 오수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양시 하수행정과에 따르면 오수 단속에 들어가면 100개 업체 중 15개 정도의 업체가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한다. 그런 업체는 개선명령을 받고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한강으로 악취를 풍기는 오수가 흘러들고 있고 그 옆으로는 물고기 사체가 있다. |
전체 단속 대상 중 10%도 점검 못해
고양시에서 공공하수관로가 없어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사용하는 곳은 약 1만7000개에 달한다. 그중 하루 2톤 이상의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은 약 7000개 정도인데, 이곳이 고양시의 실질적인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1년 중 실제로 단속을 하는 곳은 7000개 중에 500개에 불과했다. 안명일 고양시 오수지도팀장은 “현장 지도단속은 덕양구 1명, 일산동·서구 1명이 전부다. 이 두 사람이 개인하수처리시설 준공검사와 단속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1년에 500곳 정도가 단속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답했다.
안 팀장은 “현재는 오수 집중 단속기간으로 6월 한 달 간 70여 개 시설을 점검할 예정인데, 그중 최근 민원이 많은 행주동의 20개 업체를 단속·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년 뒤에야 하수관 공사 가능”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단속하기보다는 공공하수관을 묻어 대형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행주동은 그간 오수 민원이 많았던 곳으로 고양시도 이곳에 하수관로를 설치하기 위한 실시설계를 올해 실시하고 있다.
행주동을 비롯해 신평동, 흥도동에 하수관로를 설치하기 위한 용역 예산이 9억8000만원 확보된 상태다. 실시설계는 내년 중반기에 끝나게 되지만 하수관로의 실제 공사는 국비·도시·시비의 매칭사업이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해 공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주지역 외에도 올해 실시설계가 반영됐거나 이미 하수관 공사가 시작된 곳은 효자동, 지영동, 덕이동 등이다.
식당에서 내보내는 것으로 추측되는 오수 위로는 수백마리의 파리떼가 몰려있다. |
“도농복합지역 하수관로 설치 시급”
고양시는 도농복합지역이 많은데 행주동과 같은 도심 외곽지역은 대부분 하수관로가 없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시 외곽에 대형 빌라촌이 건설되고 있지만 그런 곳도 하수관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수관련 민원은 하수관로가 없는 지역의 식당이나 공장이 밀집한 곳에서 거의 100% 발생한다”며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부터 하루빨리 공공하수관로를 설치할 것”을 시에 주문했다.
시 관계자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민원이 많은 지역이 하수관로가 설치되는 우선순위”라며 “인력부족으로 개인 처리시설 단속에는 한계가 있고, 관로 공사는 실시설계에만 시 예산이 한 지역에 수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행주동의 한 주민은 “고양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행주동은 시가 우선적으로 하수관로 공사를 진행해 주길 바라며, 행주동의 대형 식당들도 아름다운 마을을 지켜나가기 위해 양심적으로 오수를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오 기자 rainer4u@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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