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산 롯데골프장 취소결정
대법원 승소판결 내리자 ’큰 반향‘
산황동 골프장 반대운동도 새 동력
공무원 판단보다 시민의 힘이 크다
지난 12일 대법원이 녹지 보전의 공익성을 이유로 인천 계양산 골프장 취소결정에 대해 최종 승소판결을 내리면서 산황산 골프장 증설반대운동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제기되어 온 골프장 인근 정수장 농약오염 문제와 고양시 행정절차 위법성 등을 넘어 도심 숲의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골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김경희 의원이 주최하는 ‘도심골프장과 도심 숲의 사회적 가치비교 토론회’가 29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서 마련됐다. 그동안 산황산 골프장 증설문제와 관련해 산발적인 강연들은 있어왔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토론회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앞서 골프장 반대운동을 전개해왔던 강원도, 용인, 인천 등의 사례들도 발표됐다.
첫 발제를 맡은 용인시난개발방지특별위원회 최병성 위원장은 도심 골프장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들을 지적하고 도심 숲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용인시의 경우 골프장이 28곳에 달하며 특히 기흥구의 경우 면적의 12%가량을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다. 도심의 좋은 숲을 모두 골프장이 차지해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길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최병성 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골프장 허가를 늘리고 있지만 실제 골프장을 통한 세수확보와 고용창출 효과는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용인시 9홀 골프장 기준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곳이 고작 2억1500만원에 불과했으며 고용창출 또한 한해 20~25명의 골프장 캐디 고용을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골프장의 환경피해수준은 어떠할까. 최 위원장은 “멀쩡한 산을 발파하고 숲을 베어버린 후 들어서는 것이 골프장”이라며 “게다가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살충제, 살균제 등 많은 양의 농약이 사용되고 매일 물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지하수고갈 문제 또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골프장 농약사용의 목적이 잔디 질병방지와 살충효과이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으며 게다가 국내 농약 안전기준이 일본, 호주 등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을 신뢰하기힘들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최병성 위원장은 산황산을 골프장 대신 도심 숲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숲의 경제적 가치는 총 126조원에 달하며 국민 1인당 기준 249만원의 혜택을 주고 있다”며 “도시 내에 숲이 있음으로서 기온조절, 미세먼지 흡수, 홍수방지, 대기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고양시 또한 골프장 증설이 아닌 도심 숲 보존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 공동의장은 인천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운동 당시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근거로 산황산 골프장 증설반대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노 사무국장은 “계양산의 경우 사실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은 아니지만 지역주민들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애용하는 동네쉼터 같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골프장 반대여론이 높았다”라며 “때문에 환경적 측면보다는 시민들의 쉼터를 골프장이 뺏어가려 한다는 부분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확산시켰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계양산 사례와 비교해 고양시는 이미 9홀의 골프장이 존재한다는 조건 외에는 행정절차단계나 주변 상황 등 모든 여건이 훨씬 좋기 때문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노현기 사무국장은 골프장을 막아내는 힘은 몇몇 공무원과 시장이 아닌 시민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사무국장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당시 송영길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 계양산 골프장에 찬성입장이지만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의 강한 요구에 의해 폐지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며 “당선 이후 골프장 폐지공약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민위원회가 도시계획시설 변경 및 시민공원화 방안 등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행정소송 시 패소한다는 공무원들의 논리에 맞서는 반박자료도 모두 시민들이 마련해 시장에게 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을 통해 경험한 것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결코 알아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산황산 골프장 증설문제 또한 고양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산황동 골프장 증설사업에서 진행되는 토지강제수용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장석환 대진대 교수는 환경가치종합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산황산 골프장 부지의 환경가치에 대한 객관적 근거자료를 마련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석환 교수는 “골프장 증설을 막아내더라도 기존 9홀 골프장이 남아있는 데다가 주변에 대곡역세권개발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심숲 살리기와 난개발 방지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환경적 가치에 대한 자료들을 마련해 합리적 문제해결방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