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2일 가족생태답사 - 고봉산

관리자 0 5,069 2017.01.05 16:15
작성자고양환경운동연합작성일2003-10-16조회수1921
제 목2003년 10월 12일 가족생태답사 - 고봉산
"작은이야기, 큰 슬픔

10월 12일, 가을빛은 봄빛인데 고봉산자락 들녘은 가을의 쓸쓸함이 물감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고봉산을 살리기 위한 천막농성장 방문 및 고봉산생태답사'로 예고된 시월 가족프로그램은 '작은 이야기'로 시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막농성으로 인한 사무국의 업무과다로 사전연락이 충분하지 못했고 확인하는 절차도 대부분 생략되어 오겠다고 약속한 회원들마저 그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10시 20분, 조연주회원가족과
열명이 채 되지않는 회원들을 모시고 프로그램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박평수집행위원장이 지난 일년여 간 추적해온 고봉산 황폐화의 이모저모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었고, 이를 지켜보는 회원들의 마음속에 고봉산을 지켜야하는 이유를 심어 주었습니다.

고봉산 생태답사는 c1지구-습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학교공사로 인한 습지파괴와 일부 주민들의 '근면성실'로 습지가 밭으로 전환된 현장은 생태답사 출발점에서부터 우리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명 개나리터널로 불리는 오솔길엔 '철없는' 개나리가 드문드문 피어 있었습니다. 고봉산이 없어지리라는 위기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지난 여름 매미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걸까요. 우리에게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영천사로 오르는 길은 휴일을 맞아 산을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오르는 길목마다 나무뿌리가 벌겋게 드러나 있었고 연세대와 국민은행 사유지엔 철조망이 산기운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일일 생태교사가 되신 조연주회원의 나무이야기가 즐거웠습니다.

누린내를 끝장낸다는 누리장나무, 작살나무, 옻나무와 구별이 쉽지않은 붉나무는 소금기가 있어서 맛이 짜다는 이야기 등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천사를 오르내리는 승용차들을 보면서 종교의 참뜻이 무엇인지 되묻는 회원도 있었고
산깊숙이 뚫린 군부대용 도로는 생태파괴는 물론이고 분단국의 참상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영천사에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생태를 무시하고 인간의 편리함만으로
뚫린 길로 산은 허물어지고 여기저기 파헤쳐진 산등성이엔 아물지 않은 생채기가 아픔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잎새마다 고봉산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었고, 하늘도 잿빛으로 빛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산을 내려와 천막에서 달게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그예 비가 내렸습니다.

고봉산을 지키는 힘겨움이, 고봉산이 뿜어내는 고통이 눈물되어 흐르는 것은 아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 밑에 물이 흐르듯' 구름위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작은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끝나는 날, 고봉산은 활짝 웃을 것입니다.

우리 함께 웃어요, 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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