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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익산, 백제의 못 다한 꿈을 찾아
지난 7월 온달산성 답사 때 지각하는 실수를 하여 지면을 통해 다시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8월 답사는 사실 9, 10일 안동으로의 자연생태 가족캠프(안교교규에서 주최하는)를 떠나야 하기에 무리였지만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를 확인하고 싶어서 아들 규태와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벽 여섯시, 약속장소인 일산의 백석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까지 들고나온 아이들과 엄마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제 무왕의 고향인 익산으로 향하는데 날씨도 쾌청하고 넓게 펼쳐진 평야를 보니 마음도 후련했다.
왕궁리의 오층석탑은 들어가는 길목에 안내 표지판 하나 확실하게 서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탑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백제 탑의 곡선미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모자란 듯 아름다웠다. 떠나기 싫은 걸음을 옮겨 다음 답사지인 미륵사로 향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고도리의 두 개의 석불입상은 시간만 허락하면 가까이 가서 감상하고 싶었다.
백제 최대의 가람인 미륵사는 신라의 황룡사 보다 두배나 크다고 한다. 그동안 답사한 가람 중에 가 장 넓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11호로 높이 14.2m 이고 우리나라 최대의 석탑이다. 석탑은 전면이 거의 붕괴되어 동북면 한 귀퉁이의 6층까지만 남아 있으나 본래는 사각형태의 9층 석탑으로 추정된다. 1915년에 일본이 붕괴된 부분을 시멘트로 발라놓은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옆에 복원된 동탑을 보면서 철저한 고증 없이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복원을 하였을까 하는 마음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석등대좌와 당간지주를 보면서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90m 간격으로 서있는 두 개의 당간지주를 보고 미륵사가 얼마나 큰 가람이었나 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석탑은 10년에 걸쳐 복원을 한다고 한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제대로 복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기도로 올리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유물 전시관에는 백제의 녹유와, 철제보살손 목탑모형 치미가 전시되고 있었다. 지난해 민속박물관에서 본 황룡사의 치미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보고 미륵사 가람이 얼마나 대단했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림사지를 답사했다. 백제의 탑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륵사탑과 정림사지 석탑은 양식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익산의 왕궁리 탑과도 비교되었다.
경내 잔디밭에서는 제초제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관람객 앞에서조차 제초제를 뿌리는 것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 가람 역시 그랬지만 석불의 모습은 소담스럽지만 미소가 아름다웠다.
부소산성이나 낙화암도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많은지라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의장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작은 것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참, 답사 때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쓰는 김보금씨에게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란 말을 전하고 싶다.
전옥희/회원 |